"알리보다 비싼데 뭐하러 사요?"…저가 공습에 한국 초토화 [안재광의 컨슈머리포트]

입력 2024-02-10 08:47   수정 2024-02-10 14:24


지난 7일 서울 목동 깨비시장. 설 연휴를 앞두고 장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할 뿐 계산을 하지 않았다. 고물가로 가격은 비싼데, 품질은 맘에 들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500g 한 팩에 1만원 하는 딸기, 한 개에 5000원 하는 사과. 과일 가게에선 “뭐가 이렇게 비싸냐”는 손님의 푸념과 “그나마도 몇 개 없다”는 주인의 푸념이 맞섰다. 푸념만 할 뿐 흥정이 되지 않으니 정작 사는 사람은 드물었다. 채소가게에선 대파가 한 단에 6000원 넘게 판매되고 있었는데, 오랜 기간 놓여있었는 지 끝 부분이 다 말라 있었다.

그나마 과일, 채소, 고기 파는 가게엔 손님이라도 있었다. 옷, 가방, 신발 등을 파는 가게엔 적막이 감돌았다. 옷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하루에 10만원도 못 파는 날이 허다하다”고 했다. 이 가게는 월세만 250만원을 낸다. 하루 매출이 30만~40만원은 나와야 적자를 면한다고 한다. 바구니, 쓰레기통 등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도 비슷했다. 이 매장에서 만난 홍 모씨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산 자동 쓰레기통이 고장나서 새 것을 사려고 시장에 나왔다”며 “알리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서 손이 안 간다”고 했다.


설 연휴 대목이지만 시장 상인들은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상인들은 늘 장사가 안 된다고 한다’고 치부하기엔 힘든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달 소상공인의 경기체감지수(BSI)를 조사했더니 48.1에 불과했다. 전달보다 10.9포인트 급락했다. 2022년 2월 37.5를 기록한 이후 23개월 만에 최저치다. BSI는 사업장의 실적과 계획 등에 대한 주관적 의견을 수치화 해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경기 예측 지표다. 100을 넘으면 경기 실적 호전을, 100 아래면 경기 실적 악화를 의미한다.

고물가·고금리 탓에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은 영향이 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론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유독 시장 상인들이 힘든 겨울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구매 열기가 ‘뜨거운’ 곳도 있다. 대표적인 게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앱이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작년 12월 월간 사용자수는 약 713만명에 달했다. 2022년 12월 331만명이던 게 일 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작년 7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테무는 이용자 수가 약 452만명까지 늘었다. 이들 중국 쇼핑앱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한국 소비자의 중국 직접 구매액이 지난해 3조2873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1% 급증한 것이다.

중국 쇼핑앱에선 옷이나 가방, 양말 같은 의복이 많이 팔린다. 휴대폰 케이스 등 잡다한 것도 잘 팔린다. 작년 중국 직접 구매액 중 특히 증가율이 높았던 게 의류?패션(43.5%), 생활용품?자동차용품(35.9%) 등이었다. 시장 상인들이 많이 취급하는 상품이다. 알리, 테무에서 사람들이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거의 사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이들 중국 앱의 부상은 시장 상인들의 매출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알리, 테무의 공습에 정부의 방안은 딱히 없다. 플랫폼법(플랫폼경쟁촉진법)으로 소상공인을 지키겠다고 하는데, 이 법의 적용 대상에 중국 쇼핑앱은 빠져있다. 그나마도 시행될 수 있을 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중국 쇼핑앱이 소상공인들의 매출 감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따져보고,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시장 상인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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